지난 일요일 눈이 꽤 많이 내렸다.
날씨도 추워서, 내리는 즉시 녹지 않고 소복소복 쌓였다.
어렸을 때, 아니 성인이 되고 나서도 눈오는 날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았다.
나도 나름 낭만소녀였던지라 좋아하기까지 했던거 같다.
언제부터 눈 오는 날을 싫어하게 되었냐하면,
9년전, 서울에 미친듯이 눈내리던 겨울이 있었다.
눈 안오는 날보다 눈 내리는 날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.
심지어, 눈이 얼마나 많이 왔던지, 강남역 대로에 차들이 다니지 못할 때도 있었다
아무튼, 그 무렵 아침에 눈이 굳은 빙판길에서 대박 미끄러져 대자로 뻗었었다.
너무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한채, 자빠져 있었다.
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쪽팔려서, 일어나고 싶은데도 꼼짝도 못하던 그 기억
그때 꼬리뼈가 며칠간 아파서 정형외과까지 갔었던 고통
그 이후 눈오면 =빙판 생기고 =넘어진다란 공식이 성립되어
눈이 오기 시작하면, 예쁘고 하얀세상을 보며 즐거워하기보다는
길에 쌓일까 걱정을 먼저 하게 된거 같다.
나이들면서 현실적으로 변하고, 동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걸
경험으로 체득하게 되나보다. 자의든, 타의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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